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지만 부시 대통령 부자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화당 원로와 수뇌부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이 전통적인 공화당 이념에 배치되는데다 트럼프의 ‘막말’ 공세로 감정이 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원로와 지도부 핵심 인사들의 이같은 반발은 향후 본선에서 보수진영 지지를 결집해야 하는 트럼프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언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공약이 공화당 방침에 배치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 의장은 한때 공화당 지도부에서 트럼프를 대체할 대선후보로 거론했지만 본인이 불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자 역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 부자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의 ‘막말’ 공세에 맞서다 경선에서 중도 탈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선후보 지명 저지 운동을 최전방에서 펼쳤던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는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직 대통령 또는 대선 후보 출신 중에는 1996년 대선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 유일하게 전당대회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잠깐 전당대회에 얼굴을 비추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선후보 지명을 둘러싼 이같은 공화당 지도부의 반발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공화당 내에 오랜기간 상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후보 지명에 가장 반발하는 인사는 2008년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매케인 상원의원 지역구인 애리조나주는 히스패닉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어서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발언으로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매케인 의원은 “이 지역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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