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전면 해제를 검토 중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맥키비 국무부 정치·군사부문 대변인이 “베트남전 이후 여건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며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 금지 정책이 변경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 금수조치 해제와 관련해 의회와 상의할 것이며 향후 베트남에 대해서는 인권문제에 주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살상무기가 베트남에 공급될 경우 인권침해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무기 금수조치 해제를 저울질하고 있다. 베트남 인권실태에 대해 미국은 정치적 자유 제한과 임의 구금, 정치범 수감 등 인권침해 사례가 여전하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규제 완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관계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계속 거리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베트남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으면서 오히려 미국과 정치 군사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베트남 무기 금수조치 전면 해제는 이달 말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때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 무기 금수조치 전면 해제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전면 해제하기에는 아직 인권침해 우려가 크고 베트남에 무기 수출이 이뤄질 경우 중국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씽크탱크 사이에서도 베트남 무기 금수조치 전면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일단 해제한 후 인권 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추가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팜 퀑 빈 주미 베트남 대사는 한편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베트남전 대화’에 참석해 미국에 대해 살상무기 금수조치 전면 해제를 요청했다. 빈 대사는 당시 강연에서 “베트남과 미국은 더욱 강력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과거의 사실에 근거한 장벽을 제거해야 완전한 관계 정상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1964~1975년 전쟁을 치른 후 관계를 단절했으며 1995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후 꾸준히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며 지난 2014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두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다니엘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톰 말리노스키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가 이번 주 베트남을 답사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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