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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갭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BBB-’부터 투기등급(투자부적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196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갭은 바바나 리퍼블릭, 올드 네이비 등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그룹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급변하는 패션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패션왕국’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피치는 “갭이 급감하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정상적인 영업방식이 아닌 대규모 재고떨이에 돌입하고, 부동산을 처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며 “이는 향후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갭의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이 2014년 27억달러에서 올해 20억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10일 갭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줄어들 전망”이라며 “주당 순이익은 31~32센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5센트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회사의 실적부진 우려에 11일 갭 주가는 11.5% 폭락하며 2012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회사는 오는 19일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갭이 매출 부진에 빠진 이유는 전자상거래와 패스트 패션의 성장 여파다. 고객들은 매장에 가서 제한된 수의 의류를 구경하기 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옷을 사는 소비층이 많아졌다. 반면 갭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영업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갭의 매장 수는 3275개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에는 매장이 많으면 ‘멋진 브랜드’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H&A, 자라, 포에버21 등과 같은 실속형 브랜드가 싼 가격에 독특한 디자인의 의류를 신속하게 내놓고 있는 점도 갭에게는 위협 요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90년대 X세대들이 즐겨입던 갭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며 “하지만 패션 수요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요즘 갭 스타일을 신선하고 독특하게 여기는 사
한편 미국 백화점 브랜드 메이시스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1억1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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