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트럼프 토론 맞대결 제안에 민주당 샌더스 승락…"게임 시작됐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 ‘토론 맞대결’을 제안했다.
실현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실제 성사되면 민주당 경선이 끝나기 전에 ‘트럼프 vs 샌더스’간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민주당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정치적 소외를 당할 수 있어 미 대선정국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의 토크쇼 ‘지미 킴멜 라이브’에 출연해 “자선을 목적으로 일정한 기부금을 거둘 수 있다면 샌더스와 토론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6일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 ‘매직넘버’(1237명)를 달성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여성의 보건문제나 자선을 목적으로 1000만 달러(약 118억원) 또는 1500만 달러의 기부금을 거둘 수 있다면 샌더스와 토론하고 싶다. 그는 맞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라며 더욱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이 같은 금액은 매우 적절한 수준이며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나는 TV 비즈니스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측은 이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샌더스는 트럼프가 제안한 다음날 트위터에 “게임은 시작됐다(Game on)”며 “트럼프와의 토론을 고대하며 다음달 7일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 이전에 토론을 하자”고 답했다.
샌더스 선거캠프 본부장인 제프 위버는 MSNBC와 CNN 등에서 “트럼프 측근들과 (토론을 위한) ‘막후 협상’(back-channel)을 진행하고 있다”며 “토론이 이뤄지면 전국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며 대선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토론이 될 거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샌더스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전문매체인 ‘더 힐’에 “우리는 트럼프와의 토론에 진지하며, 트럼프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지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와 샌더스간 토론에 대한 정치적 반응은 좋지 않다.
양당 모두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절차가 공식으로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상대당의 선두주자인 클린턴이 아니라 2위 샌더스에게 토론을 제안했으며 샌더스가 이에 화답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두 사람의 이번 행보는 본선경쟁력을 갖춘 힐러리 클린턴을 ‘공적’으로 두고 제거하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것.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5일 캘리포니아 주 유세에서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중 사설 이메일을 사용한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면서 “힐러리와 경쟁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치광이인 샌더스와 경쟁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클린턴 측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