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xit)’ 파고가 여·야 정계를 비롯해 재계 등에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조차 “브렉시트 결과를 되돌릴 여러 방법이 있다” 말하고 탈퇴파들의 ‘거짓공약’에 성난 민심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몇일 전까지만 해도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리던 ‘재투표’ 가능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수당 소속 제레미 헌트 복건장관에 이어 28일(현지시간) 노동당 소속의 저레인트 데이비스 의원과 데이비드 래미 의원, 또다른 소유 야당(The Welsh Plaid Cymru party) 소속의 조나선 에드워즈 의원이 잇따라 재투표를 주장했다.
데이비스 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벌써 탈퇴파들이 주장했던 EU분담금 반환계획을 비롯해 난민 차단 등이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영국민들이 EU탈퇴 조건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EU에 잔류할 기회를 투표를 통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주가하락, 투자감소 등 직격탄을 맞은 재계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영국의 최대 부자중 한명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항공 및 버진갤러틱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ITV 방송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 “브렉시트 투표이후 벌써 버진의 주식가치가 3분의 1이 하락하는 끔직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의 투자철회로) 영국 내에서 일자리 3000개를 만들수 있는 ‘매우 큰 거래’를 취소했다”며 “우리는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이를 바꿔야 하듯, 유권자들이 충분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투표한 만큼 다시 ‘재투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길거리 민심도 끓어오르는 중이다.
브렉시트 재투표 국민청원은 이미 400만명을 돌파했다. 또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앞에는 28일(현지시간) 지난 국민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잔류를 촉구하는 수천명의 런던시민들이 집회를 벌였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몇일전 탈퇴에 투표했던 사람들 상당수도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며 “숙취에서 국민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Aspen)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브렉시트는 복잡한 이혼”이라며 영국이 이번 결정을 되돌릴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런던과 브뤼셀을 방문해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 EU관계자들을 면담했었다.
영국과 막역한 외교파트너이자 EU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케리장관마저 ‘재투표’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당초 ‘탈퇴’지지를 선언했던 텔레그래프 등 현지 외신들 역시 “브렉시트는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성문헌법이 없는 대신,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영국의 정치 구조상, 국민투표 결과는 의회에서 얼마든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권고’의 성격만 갖고 있지 어떤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는 주장이다.
왕실고문변호사인 조프리 로버트슨은 27일 일간지 가디언 기고를 통해 “우리는 재투표가 필요하지 않다”며 “당신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브렉시트 안을 무산시켜라”고 밝혔다.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28일 국회가 브렉시트 안을 아예 무시하거나, 부결시킴으로써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뒤엎을 가장 간단한 방법이 결국 영국의회가 EU가 지금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탈퇴협상 발동의 조건인 ‘리스본 조약 50조’를 아예 발동하지 않는 것이라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탈퇴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선시장의 야망찬 ‘차기 총리’ 꿈도 멀어지고 이에 동참했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당수 등이 민심이반으로 ‘정치생명’을 사실상 스스로 끊는 자결과 같은 결단이 요구된다.
물론 ‘재투표’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또한번 국론이 분열되는 혼란과 함께 1억 4200만 파운드나 되는 투표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영국 국회의원들은 EU와의 협상을 일단 진행해 본 뒤 결과를 놓고 재투표 하자는 안도 내놓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영국은 단물만 취하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U와의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재투표를 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나가버렸다는 얘기다. 브렉시트시 자신들도 영국령에서 독립을 선언한 스코틀랜드가 향후 브렉시트 입법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스코틀랜드는 자치권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회
[런던 = 신현규 기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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