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부터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모욕했던 자가 영국 외무장관으로 돌아왔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고 직설적인 막말로 눈쌀을 찌푸리게하는 일이 적지 않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새내각에서 외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되자 그가 과거 쏟아냈던 막말과 기행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아무런 대책없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다가 무책임하게 뒤로 숨었던 존슨 외무장관을 브렉시트 협상 파트너로 맞이하게 된 EU 외교가는 “영국의 정치 위기”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장 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존슨은 (브렉스트와 관련해)영국을 기만했던 인물”이라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상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혹평했다. 칼 빌트 전스웨덴 총리는 “(존슨의 장관 임명이)농담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는 게 무섭다”고 꼬집었다. 독일 대연정 소수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롤프 무에체니흐는 “영국이 보건장관으로 드라큘라를 임명하더라도 이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시몬느 페테르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는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유했다. 안톤 호프라이터 녹새당 공동대표 역시 “EU 탈퇴 협상에 있어 악재일 뿐더러 메이 신임총리 역량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독일 방송사 ZDF 기자인 니콜 디에크만은 트위터에 “이제 존슨이 외무장관이라니 영국식 유머인가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프랑스에서도 존슨 장관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기 짝이 없다. 그가 과거 프랑스 정치인들과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고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프랑스어를 뽐내기도 했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막말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다.
존슨 장관이 과거 입에 담았던 막말과 외교무대에서 펼쳤던 기행들도 새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더선에 기고한 칼럼에서 존슨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영·미관계를 망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절반은 케냐인인 탓에 대영제국에 대한 반감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에는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을 통해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정신병원의 새디스트 간호사”라고 표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을 때에는 단상에서 재킷을 풀어헤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불량한 모습을 보여 “무례하고 거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존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탁구가 영국에서 발명된 것이라고 주장해 청중을 경악케 했다. 지난해 10월 런던과 도쿄 간 경제협력 증진차 도쿄를 방문했을 때에는 럭비경기 도중 10살 소년에게 있는 힘껏 돌진해 쓰러뜨린뒤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2002년에는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 흑인 어린이를 향해 ‘수박 미소’를 짓는 ‘피카니니들’(piccaninnies)이라고 비하했다. 수박과 피카니니는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처럼 막말과 무례함이 트레이드마크인 존슨이 외교적 수사에 익숙해져야 하는 외무장관직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와관련해 일각에서는 영국 내각내 존슨 장관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디펜던트는 “EU 탈퇴 협상 절차와 합의안 도출 업무는 더 이상 외무장관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 외무장관들만큼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렉시트 협상을 담당할 브렉시트부가 새롭게 신설됐기 때문이다. 사실 존슨을 외무장관으로 앉힌 메이 총리도 존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메이 총리는 “존슨이 지난번 독일과 외교 협상에서 가져온 것은 새로운 물대포 3개 뿐”이라고 꼬집었은 바 있다. 이랬던 메이 총리가 존슨을 내각에 기용한 것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분열된 당
[강다영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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