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끼 테러 "마치 도살장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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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테러/AP=연합뉴스 |
"내 생전 그렇게 많은 피를 본 적이 없다. 오늘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거다." "마치 도살장을 보는 것 같았다."…
18일 밤(현지시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벌어진 도끼만행 사건 목격자들은 몸서리쳤습니다.
평소 선정적 사진을 싣는 데 주저하지 않는 대중지 빌트는 인터넷판에 아예 피로 물든 열차 내부 사진을 그대로 게재했습니다.
횡으로 배치된 좌석 앞바닥은 피범벅이었다. 신문은 "모든 것이 피로 물들었다"고 썼습니다.
좌석 위에 널브러져 있는 지갑과 손수건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웅변했습니다.
17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범인의 범행 동기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준의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관할 바이에른주정부의 요아힘 헤르만 내무장관은 사건 이튿날인 19일(현지시간) 정오 기자회견을 열어 범인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슬람 극단화에 스스로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 근거로는 범인 거처에서 나온 손으로 그린 IS기(旗), 그가 아버지에게 보낸 작별 편지, '저항해야 한다'거나 '이슬람은 무장해야 한다'라는 요지가 담긴 아프간 언어의 텍스트가 꼽혔습니다. 여기에다 범행 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증언도 나와있습니다.
IS기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IS에 연계된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은 아예 IS 전사가 한 공격이라며 배후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니스에서 최근 발생한 '트럭 질주 테러' 범인처럼 그 자신이 IS 요원은 아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에 기울거나 그런 이념에 동조하게 되면서 용납하기 힘든 공격 행위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번 도끼 만행으로 부상한 신원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여행 온 62세 아버지, 58세 어머니, 26세 딸 등 일가족 3명과 이 딸의 30세 남자 친구가 크게 다쳤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홍콩인 가족 가운데 17세의 아들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부상자 총 숫자는 모두 5명으로, 관할 헤르만 장관은 그중 2명이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고 일부 외신은 그 수치를 3명이라고 전했습니다.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 출신국 중 시리아 다음으로 많은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10대 망명 희망자가 범인이고, 공교롭게도 공격 타깃이 주로 아시아계였다는 점도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합니다.
범인은 수개월 전 가족 없이 홀로 독일로 들어와 지난 3월부터 뷔르츠부르크에서 지냈고 옥센푸르트 지역 근방에 있는 수양 가족 집에서 최근 2주 동안 함께 지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빌트는 가톨릭계 콜핑 사회프로그램으로 보살핌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벨기에 등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종종 거론돼온 독일에선 이미 유사 사건이 더러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30여㎞ 거리의 에버스베르크에 있는 그라핑 역에서도 27세 남성이 불특정 다수에게 칼부림을 벌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범인 역시 범행 과정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쳤으나, 이후 검경 당국은 그가 약물 복용과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혀 사건 파장은 이내 수그러든 바 있습니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도 발생처가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행 난민의 진입로인 바이에른주였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연방정부 집권 다수 정파를 이루는 바이에른 지역당인 기독사회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당의 자매 정당이면서도 메르켈 총리의 난민개방정책을 가장 앞장서 견제해 왔습니다.
이는 작년 여름 이후 난민이 쏟아져 들어와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진 현지 민심을 반영한 결과였습니다.
바이에른주총리이기도 한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난민 유입 상한제 주장을 철회하는 등 메르켈 총리와 이견 충돌을 자제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 4월 에센 시크교 사원에서 열린 인도인 결혼식장에서 폭발을 일으켜 3명을 다치게 한 16세 용의자 2명에 대해서도 당시 경찰은 이슬람 동기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고 AFP 통신이 전했습니다.
나아가 2월 하노버 열차역에선 15세 터키계 소녀가 한 경찰관의 목을 흉기로 찔렀고, 검찰은 그가 IS의 선동에 자극받아 범행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세밑 쾰른 대성당과 중앙역 새해맞이 폭죽 행사 때 북아프리카 계열 난민이 다수 가해자로 등장했던 집단 성폭력 사건은 독일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반난민 정서를 키웠습니다.
dpa 통신은 도끼 만행의 범인인 아프간 난민은 지난해 보호자 없이 독일 등 유럽으로 유입된 9만6천 명의 미성년자 가운데 1명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녹색당 소속 레나테 퀴나스트 의원은 경찰이 열차 밖으로 도주한 범인과 맞서다 그를 사살한 것을 놓고서 공격을 못 하게끔만 제압했어야지 왜 사살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경찰은 "지금 그런 질문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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