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미국의 일자리를 줄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쓸모 없다.”
21일(현지시간) 나흘간에 걸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클라이맥스인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일방통행식 고립주의 노선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미국내 전문가들과 해외 지도자들은 물론 공화당내에서도 동맹 등 모든 이슈를 비즈니스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는 트럼프의 인식에 대해 경고했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기존 인식과 입장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독단적인 수락 연설을 강행했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 소개로 연단에 등장한 트럼프는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신조”라고 강조하고 외교·안보·무역 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 제조업을 파괴하고 외국 정부 지배를 받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들에게 손해가 되고 미국의 자립을 약화시키는 무역협정에는 절대 서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힐러리는 미국의 일자리를 줄이는 한·미 FTA와 TPP를 지지했던 인물”이라며 공격에 나섰다. 또 트럼프는 “나는 NATO가 더 이상 쓸모 없다고 말해 왔다. 테러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회원국 다수가 자신들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전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나토 동맹국이 공격을 받더라도 무조건 자동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초래했다.
테러단체 창궐 등 중동 혼란과 벵가지 리비아 영사관 피습사건을 거론하고 “오바마가 힐러리에게 외교를 맡기면서 미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지 못한 나라가 됐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 안전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 재건에 필요한 수백 만 개의 새 일자리와 수조 달러의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특히 최근 경찰을 향한 저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나는 법과 질서의 후보가 되겠다. 우리를 괴롭히는 범죄와 폭력은 곧 끝나며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는)2017년 1월 20일을 시작으로 안전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올들어 지금까지 국경을 넘은 새로운 불법이민자 수가 2015년 전체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학교와 병원을 불법이민자로 넘치게 하는 한편 우리 일자리와 임금을 줄이고 이민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조장했다.
힐러리에 대해 트럼프는 “힐러리 뒤에는 대기업과 엘리트 언론, 거액 기부자가 포진해 있다”며 “그들은 힐러리가 하는 모든 것을 완벽히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돈을 던지는 것이다. 힐러리는 그들의 꼭두각시이고 그들이 줄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안팎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힐러리에 대한 비판에는 한목소리로 수긍하면서도 트럼프의 독단적인 외교·안보·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나토 동맹국에 대한 방어의무에 반감을 드러낸 것을 놓고 같은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시각은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든다”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매우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빌 후이젠가 공화당 하원의원도 “우리는 협약을 했고 협약에 따른 의무가 있다”며 “(트럼프의 나토 발언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마이크 펜스도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무조건 나토 동맹국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이처럼 트럼프와 부통령 지명자 펜스간 기본적인 시각차가 워낙 커 트럼프-펜스 조합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 지지를 받아 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전날 트럼프에 대한 지지선언을 거부하면서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통합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클리블랜드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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