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단순한 공장이 아닙니다. 공장 그 자체로 제품(Product) 입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네바다주(州) 리노시 인근에 짓고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가동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규모 2차전지(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이 될 ‘기가팩토리(GigaFactory)’가 2차전지 산업 뿐만 아니라 ‘공장’ 역사를 바꿔놓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기가팩토리’ 공장도 모델S, 모델X, 모델3와 같이 테슬라의 제품군중 하나라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할 2차전지를 통해 배터리 산업을 바꿔놓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2020년부터 약 5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2차전지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향후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업체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들어간 기가팩토리는 오는 2020년쯤 완공될 예정된다. 현재 14%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규모부터 ‘기가급’이다. 약 5조6800억원을 투자해 600만 제곱스퀘어(55만7418㎡) 부지에 단일 공장이 들어선다. 완공되면 10만명의 신규 인원이 고용돼 세계에서 가장 넓은 건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막 한가운데 짓는 만큼 네바다주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예정이며 네바다주립대와 제휴, 2차전지 생산에 관한 인재 육성도 함께 추진하게 된다.
이날 기공식에서 머스크 CEO는 기가팩토리가 배터리 재료부터 제조 공정, 조립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며 로봇이 기계를 만드는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이날 “이 공장 자체가 컴퓨터의 CPU와 같다”고 말할 정도다. 즉 CPU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계산과 연산을 하듯이 공장이 CPU처럼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만 생산하지 않을 계획이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2차전지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맞는 2차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이 기술을 제공했으며 2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머스크 CEO는 “기가팩토리에서 2차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배터리 가격이 2/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2차전지 세계시장 1~2위를 인 삼성SDI와 LG화학에도 즉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테슬라는 일약 세계 최대 2차전지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현존하는 업체의 2차전지 생산량을 모두 합쳐도 기가팩토리에서 나오는 양에 못미친다. 지금까지 테슬라에는 ‘원통형’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했으나 기가팩토리에서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종류의 전지를 생산한다. 이날 공개된 2차전지는 파워월(Powerwall)과 파워팩(Powerpack)이라는 저장 장치였다.
하지만 기가팩토리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테슬라가 2020년쯤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2차전지 공장을 짓고 있지만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공장에서 지금까지 연 5만대 생산능력만 보유(올해는 8~9만대 규모로 증설 예정, 현재 공사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17년에 내놓을 예정인 모델3는 37만5000대의 사전 예약을 받았다. 서둘러 기가팩토리 공장을 짓고 2차전지를 생산하기 전에 모델S, 모델X, 모델3 등 기존 모델의 생산능력을 끌어 올려야 자체 수요도 충당할 수 있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 5월 실적발표에서 2년 안에 생산량을 5배로 늘려 연간 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아우디의 생산책임자(피터 호츠홀딩어)를 전격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별 문제없이 50만대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해 5만대(2015년 기준) 이상 생산해본 적이 없는 테슬라가 10배의 캐파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50만대 2차전지를 생산할 수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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