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경찰의 흑인 총격에 항의하는 소요사태가 이틀째 확산하면서 결국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빈발하고 있는 경찰과 흑인간 갈등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어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팻 맥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1일 밤 성명을 내고 샬럿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폭력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 파견을 명령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일 샬럿의 아파트 단지에서 흑인 남성 키이스 라몬트 스콧(43)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한동안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손 들었으니 쏘지마”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시위가 지속됐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도로에서 행진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면서 감정이 격해졌고, 물병과 돌멩이, 폭죽 등을 던지며 항의하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맞섰다. 사태 이틀째인 21일 오후에는 일부 시위대가 8차선 고속도로를 막고 트레일러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이 심각해졌다.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에 참여한 시민 1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이 밖에도 시민 2명과 경찰관 6명이 시위 과정에서 경상을 입었다.
사태가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샬럿 시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으며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시민들에게 평화시위를 촉구했다. 사태를 촉발한 스콧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은 “스콧이 총을 들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스콧의 가족과 이웃들은 “그가 비무장상태에서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포한 경관은 흑인 브렌틀리 빈슨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의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직무 휴직에 들어갔다. 빈슨은 사건 당시 사복 차림이었으며 현장 상황을 입증할 ‘바디 캠’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샬럿 경찰은 현장에 있던 다른 3명의 경관이 보디캠을 착용했다면서도 당장 녹화된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루이지애나 배턴루지,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텍사스 댈러스 등지에서 경찰과 흑인의 충돌이 잇따르면서 오는 11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 16일에도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40세 비무장 흑인 남성 테렌스 크러처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콧이 올들어 경찰 총격에 사망한 702번째 국민이며 163번째 흑인이라고 소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만큼 무리한 대응이 자칫 대형 악재로 이어질까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흑인 사회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힐러리 측에서는 흑인의 안전보장을, 공권력 확립을 주장하는 트럼프 진영에서는 경찰권 강화를 외치며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힐러리는 이날 플로리다 올랜도 유세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이 더 늘었다”며 “흑인사회와 경찰이 서로 존중할 때 미국은 더 안전해진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유세에서 “무고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도 “폭력과 소요사태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흑인사회를, 트럼프는 경찰을 옹호하는 태도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대선 판세는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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