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토한다?’
한때 핸드폰(스마트폰) 대명사로 불리던 모토롤라가 계륵과 같은 신세가 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에 밀린 모토롤라는 지난 2010년 스마트폰과 솔류션 네트워크사업으로 회사를 2개로 분할한뒤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했다. 그런데 모토롤라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해간 구글과 레노버가 대규모 감원·매각 절차를 밟는 등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 모토롤라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레노버는 27일 성명을 통해 “레노버와 모토롤라 스마트폰 사업의 전략적 통합으로 전세계 5만5000명의 직원 중 2%에 해당하는 인원(1000~11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해고 대상이 된 1100여명의 직원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인력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모토롤라 직원은 약 500명에 불과하다. 구글이 지난 2011년 모토롤라를 인수할때 직원수가 2만명에 달했던것과 비교하면 2.5%만 남게 되는 셈이다.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 사업 비즈니스모델이 프리미엄(삼성, 애플)과 중저가(샤오미, 오포, 비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레노버 스마트폰 판매는 작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미쳤고, 모바일시장 점유율은 10위권밖으로 밀려났다. 레노버, 모토로라 브랜드가 속한 모바일 사업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 줄어든 17억 달러에 그쳤다.
레노버가 지난 2014년 모토롤라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양사 통합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레노버는 중국내에서는 기존 레노버를 사용하고 선진 시장에서는 모토롤라의 ‘모토(Moto)’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모토’ 인지도를 이어가려면 스마트폰 브랜드를 ‘모토’로 통합했어야 했다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레노버 브랜드를 높이고자 했다면 ‘모토’를 죽이는 대신 모토롤라의 기술을 가져오는 전략을 썼어야 했는데 어중간한 공존을 택하면서 레노버·모토롤라 브랜드 모두 침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이다.
레노버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스마트폰 모델을 간소화하고 조직을 슬림화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하지만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권토중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폰 사업 위기가 핵심 비즈니스인 PC사업까지 전이될 조짐도 보인다. 3월 결산법인인 레노버의 지난 1분기(4~6월)매출은 101억 달러로 전년대비 6% 큰폭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1년 125억달러(13조 5000억원)에 모토롤라를 인수했던 구글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구글은 레퍼런스폰(기본제품)에 자체 브랜드 ‘넥서스’를 밀고 있는 상태에서 모토롤라 인수 이후 ‘모토’도 병행 사용했는데 둘다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원조 ‘휴대폰 공룡’ 노키아를 2013년 야심차게 인수했다가 큰 낭패를 본 경우다. ‘루미아’ 등 신규 스마트폰 모델을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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