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NBC에 따르면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이 8월 10일부터 9월 29일까지 아시아계 등록유권자 1694명과 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섬나라 등록유권자 261명 등 총 1955명을 상대로 유무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의 55%가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두 후보의 아태계 유권자 지지율 격차가 41%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출신 국가별 지지도 격차는 인도계(274명)가 가장 컸다. 클린턴 지지율이 67%, 트럼프 지지율이 7%로 지지율 격차가 무려 60%포인트였다. 다음은 한국계(286명)로, 클린턴 63%·트럼프 10%로 53%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일본계(147명)과 중국계(281명)의 클린턴 지지율은 각각 54%, 52%였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일본계가 20%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중국계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일부 아시아 동맹국이 자기 몫의 안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인종 차별적 언행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아태계 유권자들은 경제·안보와 더불어 인종차별 문제를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34세 이하 유권자들의 경우 인종차별을 최대 현안으로 지목했다.
조사책임자인 카식 라마크리스난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아태계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본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는 67%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반면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는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계가 비록 전체 유권자의 3%에 불과하지만 버지니아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이른바 경합주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지어 아시아계 인구가 적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도 초박빙 양상인 만큼 (승패를 결정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대선에서도 아시아계는 민주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왔다. 2000년 대선 때는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가 55% 대 41%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2008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후보가 73% 대 26%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각각 앞섰다.
한편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에 있어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리디킨슨 대학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788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양자 가상대결에서 클린턴은 50%, 트럼프는 40%의 지지율을 얻어 10%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로이터·
[노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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