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아에서 지난 1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브릭스정상회담에 참가한 중국·러시아와 주최국 인도와의 묘한 삼각 관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 오바마정부의 ‘아시아 중시’전략이 힘을 잃은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인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오래도록 우의를 다져온 러시아와 인도는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만남으로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모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를 “인도의 오랜 친구”라고 부른 뒤 “오랜 친구 한 명이 새 친구 두 명보다 낫다”는 러시아 격언을 소개하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양국은 브릭스회담 기간 중 가진 정상회담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러시아 카모프사의 Ka-226T 헬기를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국방 민간항공 등 자국 안보와 관련된 분야의 문호를 활짝 연바 있다. 합작법인 규모는 10억달러(1조1300억원)이며 총 생산 규모는 헬기 200대로, 전량 인도군에 인도할 방침이다.
또 양국은 50억 달러(5조7000억원) 규모의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 공급 협정을 체결했고, 4000t급 유도미사일 스텔스 프리깃함 4척 건조에도 협력키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 계기를 통해 에너지 분야서도 적극 협력을 천명했는데, 여기에 발맞춰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인도 제2의 정유사 에사르 오일을 129억 달러(14조6200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번 거래는 인도에서 이뤄진 외국인 직접투자(FDI)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반면, 아시아의 군사 라이벌인 인도와 중국은 최근 주요 사안마다 대립을 지속하고 있는 모양새다.
나헨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15일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인도의 숙원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인도가 가입하는 문제에 대해 사실상 또 다시 반대했다. 지금까지 인도 측의 요청을 “아직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부해 온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명시적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인도가 기대했던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현지 언론은 시 주석이 또 다시 반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에도 인도의 NSG 가입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인도는 NSG 가입을 국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필수적인 어젠다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이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인도의 핵 사용을 더욱 자유롭게 해주면 결국에는 중국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인도의 전통적 우방국인 방글라데시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인도 방문에 앞서 들린 방글라데시에서 시 주석은 도로 철도 신산업단지 등 사회인프라 구축에 22조원 투자라는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이번 시 주석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6월 모디 총리가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푼 투자 보따리 2조 2600억원과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다.
시 주석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중국 방글라데시의 경제 및 사회 발전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양국이 발전 전략을 조율함으로써 상호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행보는 그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정책에 방글라데시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시나 총리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를 중국 국가 주석이 공식 방문한 것은 30년 만이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서 양국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
방글라데시가 이로인해 인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인도로서는 불안하기 그지 없다. 이와관련,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인도는 중-방글라데시와의 관계 증진에 대해 시기하지 말아야 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떼어놓으려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실수다”라고 꼬집고 나섰다.
중국은 카슈미르를 두고 인도와 국경 분쟁을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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