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8일 중국을 방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과 신(新) 밀월 관계를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앞서 중화권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도 친중반미(親中反美)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17일 홍콩 봉황TV와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무기를 구매할 의사도 있다”면서 “미국과는 더이상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초 필리핀 북서부에서 실시한 미-필리핀 연례 합동 상륙훈련이 미국과의 마지막 합동훈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두테르테의 방중이 양국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호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반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8일 사설에서 “두테르테는 중국-필리핀 관계 및 지역 전략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할만한 자세를 갖췄다”고 추켜세운뒤 “중국은 두테르테가 내민 (평화의 상징) 올리브 가지를 잡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반미 노선에 따라 미국의 남중국해 구상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지금까지 남중국해 중심으로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는데 두테르테의 필리핀이 여기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전임 아키노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중노선
한편 두테르테는 21일까지 예정된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 회담을 하고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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