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함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재고조되고 있다.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반미친중 행보를 보인 시점에서 나온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필리핀을 향한 ‘경고성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 게리 로스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미군 구축함 디케이터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로스 대변인은 “이번 작전이 사고 없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디케이터호가 이날 구체적으로 파라셀 군도의 어느 지점을 통과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중국측 영해 기선인) 12해리 이내로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전은 지난 7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중재판결을 내린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다.
미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지난 10월 이후 지금까지 4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항행의 자유’ 작전이란 중국이 인공 섬 조성 등을 통해 남중국해 일대의 군사거점화를 추진 중인 데 맞서 미 해군이 벌이고 있는 순찰·경계활동을 일컫는다.
미군함이 남중국해를 통과한 21일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 마지막날로, 그는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방중에서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 훈련은 없다. 중국과의 군사훈련은 가능하다”고 말하는 등 친중반미 노선을 분명히 했다. 전임자인 아키노 대통령이 미국에 협력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한 것과 달리 지난 6월 취임한 두테르테는 중국에 남중국해 공세를 자제하는 대신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필리핀과의 공동성명에서 PCA 판결 내용을 배제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외신들은 아시아·태평양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이 미국에 한 발 앞서가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4개월여 만에 전격 무력행사에 돌입한 것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 측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그냥 손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미국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는 등 행보에 속도를 높이는 것도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여차하면 남중국해 해역에 배치한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 코로나도호도 작전수행에 동원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중국 국방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의 남중국해 군함 파견에 대해 “중대한 불법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중국 전함 2척이 디케이터호에 즉각 떠날 것을 경고했다면서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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