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을 비난하고, 초강경 ‘중국통’ 인사를 국무장관 후보로 검토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남중국해 한가운데에 군사시설을 지으면서 우리한테 문제가 없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미국 제품에 과도한 세금을 매기면서 미국과 상의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에 대해 중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직설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같은 노골적인 트럼프의 반응은 물론 트럼프의 평소 중국에 대한 생각에 비춰볼 때 향후 안보·경제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중국에 비판적인 주중국 대사 출신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츠먼 전 주지사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주중국 대사로 활동하며 중국에 대해 ‘강대강’ 대응을 했던 인사다.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 전문가이지만 중국의 주요 활동에 대해 고강도 비판을 서슴지 않아 중국 대사를 마친 후 중국에서 입국 비자 발급을 거절했을 정도다.
따라서 헌츠먼이 초대 국무장관에 발탁될 경우 새 미국정부의 중국에 대한 정책이 매우 강경해져 양국 간 갈등과 긴장이 최고조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헌츠먼이 아직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등과 함께 국무장관에 거론되고 있지만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총통과 전화한 시점과 맞물려 헌츠먼이 부상했다는 점에서 ‘깜짝’ 기용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대선기간에도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을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며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중국을 미국 경제에 대한 ‘강간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달 8일 대선 직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느냐, 아니냐를 두고 서로 엇갈린 설명을 내놓으며 갈등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트럼프 주변에 중국에 대한 강경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면서 “이들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모든 문제에 대해 직선적이고 노골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맞서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도발을 감행하는 등 ‘강대강’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만이 남중국해 이투아바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시설을 짓고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중국이 더이상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가 대선과정에서 했던 말이 선거용 발언이기를 기대하며 트럼프 측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대만 총통과 통화로 인해 트럼프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경계감이 생겨 향후 미·중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우려가 속속 제기되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일단 진화작업에 돌입했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미국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존 케리 현직 국무장관도 “트럼프 당선인과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입장이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볼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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