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무역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강경한 반중(反中)성향 인사를 내정해 중국을 향한 통상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무역정책을 총괄지휘할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UC어바인 교수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NTC는 백악관에 처음 설치되는 조직으로 안보를 다루는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국가경제위원회(NEC)와 함께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정권인수위원회는 “NTC가 대통령에게 무역협상 및 국방산업 기반에 대한 전략을 조언하고,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데 도움이 되도록 각 기관들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NTC는 이에 따라 불공정무역 조사와 관세 부과를 담당하는 상무부와 무역협정을 추진하는 USTR(무역대표부), 그리고 노동부 등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 대표적인 강경파인 나바로 교수를 NTC 수장으로 내정함에 따라 향후 통상정책의 초점은 중국과의 불공정무역 개선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바로 교수의 저서 ‘슈퍼파워 중국(원제 The Coming China Wars,Crouching Tiger)’과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원제 Death by China: confronting the dragon)’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나바로 교수는 또 대선기간 중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에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공약은 옳은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무역시장의 룰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바로 교수는 트럼프를 지지한 거의 유일한 미국 내 경제학자로 꼽힌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트럼프 경제정책 공약을 성안한 인물이다. 나바로 교수와 로스 내정자는 공동으로 인프라투자와 관련한 논문을 집필하기도 했다.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나바로 교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바로 선임은 트럼프가 기존에 공약했던 대중 강경 경제정책을 취임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권인수위원회는 또 규제개혁특별보좌관직을 신설하고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을 임명했다. 보호무역과 규제개혁을 성장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아이칸은 처음부터 나를 도와준 세계 최고의 기업가이자 투자자이며 현명한 협상가이기도 하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는 일에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칸은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규제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1조 달러가 넘는 피해를 입었고 7500억 시간을 불필요한 서류작업에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칸은 한때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내각 입성이 부담스럽다는 본인의 입장을 존중해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특별보좌관 형식으로 백악관에 영입됐다.
뉴욕 출신의 아이칸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