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트럭 테러 후폭퐁으로 이탈리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현지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밀라노 근교에서 이달 19일 독일 트럭 테러 용의자 아니스 암리를 사살했지만, 흉악범이 자국에서 붙잡혔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독일 등 주변국과 달리 아직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겪지 않은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만약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았다면 성탄절 인파가 북적이는 이탈리아 어디에서든 비슷한 테러를 저지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튀니지 출신인 테러범이 2011년 처음 이탈리아에 입국해 방화 혐의로 시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독일로 넘어갔다는 사실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협정으로 이탈리아가 난민의 최대관문이 되면서 반난민 정서가 확산되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졌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배로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이달 19일 기준 17만9525명으로 사상 최다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4년 17만100명이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터지면서 유럽 국가간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솅겐 조약 때문에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이탈리아를 통로 삼아 이동하고 있다”며 “테러가 일어나면 용의자가 붙잡힐 때까지만이라도 솅겐 조약을 유예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솅겐조약은 유럽연합(EU) 회원국간 체결된 국경 개방 조약이다. 영국과 아일랜드 등을 제외한 EU국가와 노르웨이, 스위스 등 EU비회원국을 포함해 총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솅겐조약국 내에서는 국경 통과 시 비자나 여권 검사 등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테러 공격을 자주 받은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르펜 대표가 솅겐 조약 폐지 주장에 합류했다.
그는 “솅겐 조약으로 상징되는 안보 재앙의 징후”라며 EU 역내 국경 폐쇄를 촉구했다.
네덜란드 헤이르트 빌더스 자유당 대표도 트위터에 “우리의 국경을 닫는 게 나쁜 아이디어인가”라며 국경 폐쇄를 옹호했다. 난민 포용정책을 펴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번 테럭트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에서 테러가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됐다”며 “유럽은 국경이 개방돼 테러 용의자들이 보안 당국 관계자들보다 더 빠르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는 점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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