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취임식 참석 인사 대부분은 백인들이었고, 피부색이 다른 인사들은 행사장 바깥에서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양상은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더 거세졌다.
◆거세진 반트럼프 시위
취임식 날 벌어진 반 트럼프 시위는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폭력양상이 전개됐다.
CNN은 수도 워싱턴DC을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 '반(反) 트럼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주변 반(反) 트럼프 시위대도 처음에는 취임식 전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주요 통로 곳곳을 막으면서 '백인 우월주의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이 다였지만, 이중 일부는 행사장 인근 커피숍과 햄버거 판매점, 은행의 유리창 여러 장을 파손하고 경찰들을 공격하면서 시위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최루액과 연막 기기, 섬광탄 등을 사용했고, 이과정에서 경찰 6명이 부상하고 시위 참가자 217명이 체포됐다.
21일 열린 반(反) 트럼프 여성행진은 시위의 정점을 찍었다.
실제 트럼프 취임식 행사 참가 파악 인원수는 90여 만명, 하지만 반트럼프 시위 인원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反) 트럼프 시위가 대통령 취임식을 능가한 것이다. 21일 반트럼프 여성 행진 참가에만 50여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행사에는 팝스타 마돈나, 영화배우 스칼릿 조핸슨등이 마돈나가 참가해 "폭압적 새 시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워싱턴은 물론 뉴욕, 시카고, 보스턴, 애틀랜타 등 미국뿐 아니라 영국, 체코,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호주와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벌어졌다. 행사 주최 측은 세계 곳곳에서 열린 행사에 총 30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취임 참가 인원 놓고 신경전
트럼프측은 취임식 참가 인원 수 논란과 관련해 "150만명은 넘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보다 썰렁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립공원공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2009년 오바마 대통령과의 취임식을 비교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사진을 보면, 오바마 취임식 당시 내셔널 몰 관중석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트럼프 취임식 때는 듬성듬성 비어 있어 뚜렷이 대비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내무부에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공식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을 시작할 때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연설을 끝날 무렵 그쳤다.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지난해 대선 때 외쳤던 야유와 함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오찬행사에 참석한 '대선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해 기립박수를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클린턴 부부가 취임식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영광스러웠다"면서, 클린턴 부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몸을 돌린 후 연방 상·하원 의원들과 장관 지명자들, 귀빈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유도했다.
청중들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자 힐러리 클린턴은 환하게 웃으면서 "땡큐"라고 화답했다.
◆멜라니아·이방카 무도회 드레스 눈길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저녁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춤을 출때 둘을 감싼 노래다.
트럼프와 멜라니아는 전통에 따라 세번의 무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 최대의 관심은 모델 출신인 영부인 멜라니아가 이날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였다. 멜라니아는 이날 어깨끈이 없고, 앞에 주름장식이 잘린 에르브 피에르의 하얀 드레스를 선택했다.
취임식 당일에 열리는 축하 무도회는 지난 1809년부터 워싱턴에서 내려오는 전통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에게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상자를 선물로 건네 눈길을 끌었다. 이 선물상자 안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시대 숨은 실세로 평가받는 딸 이방카 트럼프의 화려한 패션도 관심을 끌었다.
이방카는 미국 디자이너 카롤리나 헤레라가 만든 화려한 장식이 달린 샴페인 색깔의 드레스를 입었다. 캘리언 콘웨이 백악관 고문의 의상도 화제였다. 콘웨이는 대통령 취임식장에 빨강·파랑·흰색 세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파격적인 디자인의 원피스형 코트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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