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고문 부활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고문을 반대한다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매티스 장관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은 공개적으로 고문이나 '워터보딩'(waterboarding)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왔다"면서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나의 고문 지시를) 무시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그런 권한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워터보딩'은 얼굴에 천을 씌우고 물을 부어 호흡을 힘들게 하는 고문의 일종이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매티스 장관은 청문회 인준 과정에서 국제법과 무력충돌법, 제네바협약, 미국법 등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바뀌지 않았다"며 매티스 장관의 고문 반대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11월 "물고문보다 담배 한 갑과 한두 잔의 맥주로 협조를 끌어내는 게 낫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도 했다.
다른 내각 수장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0일 "물고문은 명백한 불법이다. 법망을 피해서 물고문을 부활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물고문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법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보기관 최고위 인사들로부터 고문이 효과적이라고 들었다"면서 "'이슬람국가'(IS)가 중세 이후 누구도 듣지 못했던 짓을 하는 만큼 내가 워터보딩에 대해 강하게 끌리지 않겠는가. 내가 아는 한 우리는 '불에는 불'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CIA 비밀감옥과 고문 부활에 관한
CIA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수사에 워터 보딩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권 침해 논란이 일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물고문을 금지했고, 2015년에는 법으로도 금지됐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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