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슬림 입국을 제한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전광석화처럼 강행 처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취임식 참석을 위해 펜타곤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슬림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서명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심사절차를 강화하겠다"면서 "우리는 오로지 미국을 지지하고 미국인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테러 위험이 있는 중동 7개국 국적자에 대해 90일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7개국은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으로 모두 무슬림 국가들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28일 인터뷰에서 "영주권 소지자는 입국에 제한받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곧바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영주권 소지자가 입국제한 대상은 아니지만 입국금지 7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해당 심사에서 입국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영주권 소지자라 하더라도 입국금지 대상 국적을 갖고 있으면 입국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시리아 난민의 입국을 무기한 중단하고, 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난민들은 120일간 난민수용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난민 심사시스템을 정비해 미국의 안보가 위협을 받지 않는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시리아 난민 입국을 유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예산 내에서 미국이 받아들이는 난민 수의 한계치도 11만명에서 절반가량인 5만명으로 줄어든다. 난민 수용 한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1만명으로 확대해 놓았던 것이다.
종교 박해를 받은 난민은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종교 박해를 받는 난민은 대부분 기독교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기독교도들이 우선적으로 난민 지위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위터에 "유럽 전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 세계는 정말 소름 끼치도록 엉망진창"이라며 "지금 우리는 강력한 국경과 엄격한 입국심사가 필요하다"고 반이민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29일 저녁에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행정명령이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과 무관한 무슬림 국가가 40여개국이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앞으로 90일 동안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 정책을 내놓을 것이며 그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확신이 들면 모든 국가에 비자발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내전으로 고통받는 시리아에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계획을 제출할 것을 국무부와 국방부에 지시하는 내용을 행정명령에 담았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이 미국으로 곧바로 들어오지 않고 안전지대에 머물
미국 국무부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난민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전에는 '난민, 이민, 인도적 지원에 관한 오해와 진실', '시리아 난민 재정착에 관한 오해와 진실' 등의 페이지가 있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