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평소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살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김정남의 30년 지기인 앤서니 사하키언과 인터뷰를 통해 "김정남은 극도로 두려워하고 불안해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하키언은 10대 때 김정남과 스위스 국제학교를 함께 다닌 인물로 김정남이 최근 2년 동안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할 때마다 만났던 절친한 사이다. 두 사람이 가장 최근에 만난 시점은 불과 몇 달 전이다.
사하키언은 "김정남과 북한 정권과 그의 이복동생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김정남은 권력에 결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코 북한을 통치하려는 야심을 품은 적이 없고 북한 정권과 거리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의 후견인이었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과 관련해 사하키언은 "그는 고국의 상황을 매우 슬퍼했고 북한 인민들을 정말로 가여워했다"면서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그의 압박감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회고했다.
사하키언에 따르면 김정남은 스탈린 시대에 태어난 군 장성들이 지배하는 '장로제'가 억압적인 통치에 몰두하도록 만들어 북한을 더욱 고립시켰다고 보았다. 김정남은 이복동생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의 통제 아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장성들이 운영하는 유일체제의 일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정남 자신은 북한 사회의 개혁을 원했지만 무자비한 북한 정치 세계에 발을 들일 의지가 없었고 이에 무력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사하키언은 김정남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두 사람은 김정남이 12세나 13세쯤 그를 처음 만났다. 서하키언은 "그는 쾌활하고 매우 친절했다"면서도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조금은 제멋대로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15세 김정남이 메르세데스-벤츠600을 몰고
서하키언에 따르면 김정남은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유럽에서 다양한 벤처사업을 벌여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제네바를 찾을 때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정도로 자유분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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