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일 한국여행상품 판매 전면금지령을 내린 뒤 한국행 항공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은 나아가 한국 항공사들의 신규취항과 증편에 대한 규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에 따르면 3일부터 중국에서 서울과 제주 등을 오가는 항공편에 대한 중국인 예약 취소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의 포상휴가 상품을 비롯한 단체티켓 구매 최소가 접수되고 있다"면서 "향후 중국내 여행사를 통한 티켓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아시아나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나 중국본부 관계자는 "제재가 이달 중순부터 본격 적용되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팔린 단체,개인 티켓의 상당부분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여행 규제와 별도로 중국 민항국은 한국 항공사들에 대한 직접 규제에 착수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10월까지 적용되는 하절기 운항스케줄 조정을 통해 한국 항공사들의 중국내 신규 취항과 증편을 전면 불허한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은 매년 이맘때 항공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신규취항과 기존 노선의 증편을 신청해왔는데 올해는 이게 불가능해져 기존 노선만 유지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일간 영토분쟁 당시에도 일본 항공사들에 이런 규제를 가한적이 있지만, 당시 중국인의 일본여행 규모는 현재 한국행 여행객의 10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타격은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롯데호텔과 면세점 등은 중국인들의 방문취소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대형 여행사와 제휴해 중국인 여행객들을 롯데호텔과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유치해온 P여행사측은 2일 롯데측에 공문을 보내 "중국 국영여행사에서 예약취소가 속출하고 있다"며 계약사항 불이행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반한(反韓)시위는 폭력성까지 띠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오후 장쑤성 치둥현의 롯데백화점 부근에 신원 불명의 남성들이 나타나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니 중국을 떠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근처의 한국 자동차를 벽돌로 부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청단은 이들이 자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주중 대사관도 해당 사건에 대해 주목하고 경위파악에 나섰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넘어 한국산 제품 파손과 인명피해까지 사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대립하던 지난 2012년 9월 베이징에서 관제시위대 수천명이 일본 대사관 앞으로 몰려와 돌을 던지는 폭력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는 일본 자동차를 파손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이 폭력성을 띠기 시작하자 중국 공안과 관영매체는 뒤늦게 '수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안국은 최근 롯데 보이콧을 빌미로 일부 비이성적인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민들에게 "이성적인 애국을 하고 법규 위반을 해선 안된다. 위반시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해온 반관영매체 환구시보는 3일 칼럼에서 자제를 주장했다. 신문은 일부 지역에서 현대차를 때려부순 사건을 언급한 뒤 "우리가 타격을 입힐 대상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지 중국에 사는 보통 한국인이 아니다"며 "이러한 폭력적 행위는 불매운동에 참여하려는 일반 중국인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베이징 소재 일부 식당에서 "한국인을 받지않는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 중소기업에는 중국 공안이 불시에 들이닥치기도 했다. 베이징 한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일부 지역에서 중국 공안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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