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하루가 다르게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김근희 기자와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리나라가 중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단 소식이 들리던데, 이건 무슨 얘기?
【 기자 】
언제부턴가 이런 소문이 돌았어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부터 우리나라 인터넷에도 이 소식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했다는 건데요.
한국과 중국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을 방문할 때는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텐데, 이 얘기가 시작된 건, 바로 중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외교부에 급히 물어봤더니 우리 외교부도 사실이 아닌 이런 소식에 너무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주중 대사관 측도 급히 웨이보에 "SNS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국정부,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 소식은 근거가 없는 허위"라고 불을 끄러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오히려 중국인들은 지금 우리나라에 "염치없는 나라", "어차피 나중엔 한국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막말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 질문 2 】
그렇군요. 그런데 신동빈 회장에 관한 뉴스도 지금 중국에서 돌고 있다면서요. ?
【 기자 】
여기 이 SNS의 글을 한 번 보겠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우리나라의 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 "걱정 말라, 중국사람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중국사람들은 배짱이 없어 상품 가격을 낮추면 바로 구입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사실상 한국 비자 발급 중단이란 헛소문보다 더 크게 확산되는 모습인데요.
정작 롯데그룹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저희가 롯데 측에 확인해본 결과, 신동빈 회장은 "한국의 어느 언론사와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라는 겁니다.
【 질문 2-1 】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이 알고 보니 거짓이라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네요.
왜냐하면 정말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황을 설명해놨지 않습니까?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인터뷰를 한 우리나라의 매체 이름도 '환구신문안', 우리 말로 하면 '글로벌 신문'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요.
마치 실존하는 매체처럼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SNS의 글 뒷부분에 보면, 마치 신동빈 회장이 "몇 년 전 센카쿠 사태 때나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 때도 일본 제품, 필리핀 과일 구매를 제재했지만, 결국 바람 한 번 지나간 뒤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고 나옵니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안 믿을 사람이 없겠죠.
【 질문 3 】
롯데가 아닌,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도 이런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 중에 하나가 오리온이죠.
오리온의 초코파이, 중국에서는 '오리온 파이'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데요.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중국에서 연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17%의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웨이보에 떠도는 글을 보시면, 오리온이 롯데의 제품 브랜드 중 하나라고 나와 있습니다.
오죽하면, 오리온이 공식 웨이보 계정에 "오리온은 롯데 산하 브랜드가 아니고 롯데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해명까지 해놓을 정도입니다.
【 질문 4 】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들이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더 격화시키는 데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기자 】
그렇습니다.
여기 보시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취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기사 아래에 적힌 우리나라의 댓글들인데요.
'그만큼 더 깨끗해진다는 소리, 완전 대환영'
'일본 물건도 불매운동 6~7개월 하다가 다시 구입하고 있음'
이런 등등의 우리나라 댓글들이 달려있습니다. 보여드리기에도 사실 좀 민망할 만한 상당히 격앙된 내용인데요.
그런데, 보시면, 그 아래, 일일이 중국어로 번역이 돼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가 나서 단 댓글을 다시 번역해서, 그걸 갖고 다시 비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양국 정부는 물론이고, 양국 국민들간의 감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 앵커멘트 】
문제는 이제 이런 상처입은 감정들을 어떻게 추스르느냐 일 텐데요. 우리나라부터 좀 더 냉정하게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근희 기자, 오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