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은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시위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과격 시위를 벌이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뒤엉켜 '아비규환'이 됐다. 결국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참가자 2명은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했고 1명도 현재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과격시위가 생명까지 앗아가는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집회 참가자들 일부는 과격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현장 관리를 담당한 경찰이 효율적 대처를 못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0일 오후 1시께 헌재 인근 안국역 사거리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김모(72)씨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김씨의 사망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버스 천정에 설치된 소음측정기가 떨어지면서 노인의 머리를 강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김씨가 버스위로 올라갔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의식을 잃은 또 다른 60대 김모씨 역시 강북삼성병원으로 실려갔으나 끝내 사망했다. 김씨의 사망원인 역시 아직 수사중이다. 12시15분께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지하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또 다른 집회참가자는 백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현재 위독하다. 탄핵에 반대해온 보수단체 회원들은 헌재 앞에서 탄핵 인용에 즉각 반발하며 과격 불복종 집회를 벌였다. 경상자도 1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반탄(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모인 서울 종로구 헌재 앞 수운회관 인근 곳곳에서 헌재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구호가 나오면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집회를 주도하는 한 사회자가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하자"고 주장하자 불복종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보수단체 집회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이 "폭력을 자제해달라.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 분위기는 점점 과격해졌다.
일부 과격 참가자들은 "헌재를 박살내자" "태극기를 높이 들고 돌격" 등을 외쳤고, 경찰버스에 올라타거나 유리창을 부수고, 의경을 향해 태극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흥분한 참가자들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서 다수 부상자가 발싱했다. 집회가 과격 양상을 띠면서 집회가 이뤄지는 장소 인근인 낙원상가에는 구급차 6대가 배치돼 부상자들을 후송했다. 이날 경찰은 최고수위 경계태세인 '갑호비상'령을 발령하고 헌재와 청와대 인근에 2만16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했다.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과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뒤엉킨 과격 집회 분위기는 장기간 지속됐다.
반면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함성'이 쏟아졌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엔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성으로 광장이 들썩였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촛불이 승리했다"며 자축했다. 눈물을 보이는 젊은 참가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광장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이민정씨(23·여)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생각해 수업도 빠지고 이곳에 왔다"며 "이제 탄핵이 이뤄졌으니 다시 통합과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인근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박 대통령과 이웃으로 지낸 주민들은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사필귀정"이라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주민 박중호(67)씨는 "4년 전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분간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경계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가짜뉴스와 유언비어에 대한 단속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고 집회 과정에서 불법 폭력을 행사한 사범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특검보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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