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친중국파인 캐리 람 전 정무사장이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하루만에 '우산혁명' 지도부 9명을 전격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산혁명 지도부인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 찬킨만 홍콩중문대 교수, 추이우밍 목사는 전날 저녁 경찰에 체포된 뒤 공공장소 소란 등 혐의로 기소됐다. 입법회의원(국회의원)인 타냐찬과 시우카춘, 리윙탓 전 의원, 토미 청 전 홍콩전상학생연회(대학학생회 연합체) 등 우산혁명 적극 가담자 6명도 소란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됐다.
타이 교수와 찬 교수, 추이 목사는 2013년 3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공동 설립하고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도심 점거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SCMP는 "타이 교수 등 3명은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 정부가 우산혁명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줄곧 미루다 람 전 정무사장이 행정장관에 당선되고 하루 만에 기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SCMP는 "홍콩 정부가 선거 전에 우산혁명 지도부를 기소하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선거 직후 전격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열된 홍콩을 통합하겠다고 전날 당선 소감을 발표한 캐리 람이 뺨을 맞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람 당선인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우산혁명 당시 시위 참가자 1000여명을 강경 진압한 정부 측 인사가 캐리 람 전 정무사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람 당선인은 "이번 기소는 현 행정부의 일이며 사전 정보가 없었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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