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장관(Secretary of everything)', '강철 인간(Man of Steel·슈퍼맨을 일컫는 말)'.
미국 언론이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붙인 별칭이다. 이 별칭들만 봐도 그가 트럼프 정부에서 어떤 위상을 지녔는지 단번에 짐작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고문은 측근들조차 그의 역할을 규정하지 못할 정도로 백악관 만사(萬事)에 관여하고 있다. 언급된 별칭들은 쿠슈너 고문의 눈에 띄는 능력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비대해진 그의 권력을 비판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와의 백악관 권력다툼에서 승기를 잡으며 쿠슈너 고문의 입지는 한층 더 공고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배넌 전략가는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됐고, 9일 배넌 전략가측 인물로 분류되던 캐슬린 T 맥팔런드 NSC 부보좌관마저 물러났다.
11일에는 배넌이 CEO로 경영을 주도했던 극우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가 쿠슈너 고문 비판기사를 자제하기로 결정했다는 타언론(비지니스 인사이더)의 보도가 나왔다. 브레이트바트는 5일까지만 해도 홈페이지 최상단에 쿠슈너 고문 비판기사 3개를 연이어 게재할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그러나 배넌 전략가가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려가 "불화설을 잠재우라"는 지시를 받은 후 쿠슈너 고문 관련기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브레이트바트 관계자를 인용해 "소속기자들에게 쿠슈너 고문 비판기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이라 전했다.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략이 '개입주의'로 급선회한 것도 쿠슈너 고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10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쿠슈너 고문을 비롯해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빅5'로 외교안보라인이 구축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버리고 개입주의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고립주의는 배넌 전략가와 마이클 플린 전 NSC 보좌관 등이 부각됐던 초창기 외교안보라인에서 주장한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에선 참모진 불화설이 있을 때마다 쿠슈너 고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언급돼왔다. 그리고 승자는 매번 쿠슈너 고문이었다. 대선기간이던 지난 6월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대본부장이 낙마할 때 쿠슈너 고문이 처음 그 배경으로 거론됐다. 루언다우스키 전 본부장은 사업가·TV스타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어엿한 공화당 대선주자로 올려놓으며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대선 후 인수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거물이었지만 결국 쿠슈너 고문에게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검사시절 쿠슈너 고문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를 탈세·불법자금 모금 혐의로 2년형을 받게 한 장본인이다. 배넌 전략가마저 권력 중심부를 이탈하게 되면, 쿠슈너 고문은 대선과정-인수위-취임 후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을 한명씩 낙마시키는 셈이다.
쿠슈너 고문의 비상(飛上)을 단지 혈연 덕으로만 볼 수는 없다. 쿠슈너 고문은 부동산 재벌가에서 태어나 경영 능력까지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장인 트럼프를 빼닮았다. 2007년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을 18억달러에 사들여 미국 역사상 최고가 부동산 거래 기록을 갈아치운 일로 유명세를 탄 적도 있다. 이후 주간지 '뉴욕 옵서버'를 인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때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논란이 커졌을 때 유대인인 쿠슈너 고문이 나서 진정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정권 출범 후에는 족벌주의와 이해상충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선임고문에 공식 임명됐다.
백악관에서 워낙 다양한 일에 관여하고 있지만 그의 공식업무는 외교다. 또다른 별칭인 '그림자 국무장관(Shadow Secretary of State)’도 여기서 나왔다. 지난 1월 예정됐다 무산된 미·멕시코 정상회담과 이번달 미·중 정상회담이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이라크를 깜짝 방문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여 틸러슨 장관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CNN 방송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쿠슈너의 외교 활동을 곱지 않게 본다는 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조직과 형사제도 개혁에도 참여하는 등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자연히 쿠슈너 고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됐단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쿠슈너 고문을 맞닥뜨리는 국무부 등 정부부처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그가 맡은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9일 미·이집트 정상회담에 배석할 계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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