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하면서 투자를 압박했던 도요타가 결국 미국 공장에 1조5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도요타가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완성차 생산공장에 13억3000만달러(약 1조526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가 1988년부터 생산을 개시한 켄터키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0만대로 도요타의 미국 공장 중 최대규모다.
도요타는 이번 추가투자를 통해 오는 6월 발매 예정인 중형세단 '캠리'에 적용되는 새로운 생산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차량 조립부터 엔진 등 부품 제조까지 생산 설비를 대폭 교체하고 용접 라인도 교체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이를 대비해 이미 700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해 켄터키 공장의 현재 고용자 수는 8200여명에 달한다.
도요타의 이번 투자는 지난 1월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약 11조4700만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도요타가 미국 내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노골적으로 반발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공개 성명서를 통해 투자 결정을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는 제조업자가 현재 9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도요타의 이번 결정은) 현 미국 정권 하에서 제조업체들이 미국 경제환경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인디아나 공장에 추가 투자를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가 일리노이 주지사를 역임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통해 현지의 인재 육성, 생산기술 개선 등 장기적인 공헌을 어필했던 점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서 전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신차 판매는 지난 2016년까지 7년 연속 증가하면서 확대를 거듭해왔으나 최근 들어 차량 교체 움직임이 잦아들고 있다. 그럼에도 도요타가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고용 증대를 트럼프 정권에 어필해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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