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엄중한 외교 현안으로 부상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대중 무역적자를 연계해 중국을 움직이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유엔 안보리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와 달리 기권하는 등 미중협력에 공들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중 양국이 손을 잡고 압박할 경우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무리한 도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당초 선거공약에서 물러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로 중국이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은 점 외에도 "북한 위협에 맞서 중국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에서 제외되면 한국이 지정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과의 공조를 강조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12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편을 들지 않고 이례적으로 기권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기권은 훌륭했다. 우리에게는 영광이었다"고 말해 중국이 미국과 사실상의 보조를 취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도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북한의 핵포기와 무력도발 억제를 주문하고 있다. 전날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을 처음 경고한 환구시보는 13일 북한의 포병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인민해방군 장성의 기고문을 실었다. 왕홍광 중장은 '한국은 북한의 포격을 두려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한이 2만여문의 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직경 122mm와 170mm로, 사거리가 40km 이하여서 DMZ를 넘어 서울을 타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경 300mm로 사거리가 100km에 달해 서울 전역을 사정권에 둔 장사정포에 대해서도 왕 중장은"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이 무기지만 기동과 발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식 무기체계여서 한미의 정찰자산과 반격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 장사정포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들어 대북 선제타격을 주저해왔지만, 유사시 전술가치는 떨어진다는 의미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북한이 정권안보를 확보하려면 핵무기가 아닌 중국과의 협력과 개방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첫 번째 목적은 정권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의 도움이 있다면 핵을 포기하고서도 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그 근거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과 경제개발을 보장할 수 있고, 중국에는 북한정권 전복에 영향을 끼칠만한 민주주의 세력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오는 15일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견제하고 중국의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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