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해 2034년까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투표 실시전 갈라졌던 터키 국론이 더 분열되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정국 혼란이 계속될 기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집권 터키 내각이 17일(현지시간) 선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보안기구인 국가안보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한 것에서도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외교전문지 포린폴러시는 17일 '에르도안의 국민투표가 의미하는것'이라는 기사에서 에르도안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먼저 이번 국민투표 투표로 에르도안의 장기 집권 체제가 가능하게 됐지만 그 실현 여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포린폴러시는 전망했다.
그 이유로 애초 여유있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투표가 51.3%의 찬성 표를 얻는데 그쳐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고, 특히 터키 수도인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터키 3대 도시들에서 에르도안이 패배한 것은 향후 있을 대선에서 뼈아픈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이즈미르에서 68.8%가,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는 51.2%와 51.4%가 각각 반대표를 던졌다.
포린폴러스 "그가 시장까지 엮임한 이스탄불의 패배는 기반 세력중 하나를 잃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이 세 지역의 선거결과는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의 취약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포린폴러시는 "또 근소한 표차로 인한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야당 등 반대세력의 의미있는 결집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그의 재선가도를 우려했다.
이날 터키 내각이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한 것도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측면이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터키 야당은 투표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면서 부정의혹을 거세게 제기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유럽평의회 의회협의회(PACoE)가 파견한 투표 감시단도 개헌 찬반 양측에 공정한 캠페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독일 네덜란드 등과 감정싸움을 벌였던 에르도안은 EU와의 관계 재설정이란 숙제를 안고 있다. 즉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도 다독여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하자마자 '사형제 부활'을 내세우며 EU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터키는 2004년 EU 가입 조건의 일환으로 사형제를 폐지했는데 에르도안은 투표 유세 과정에서 이를 부활할 수 있다고 내세운바 있다.
때문에 사형제 부활을 꾀한다는 것은 EU 가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다.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EU 전체의 골치꺼리인 난민 처리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포린폴러시는 "선거과정에서 독일 네덜라드 등 주변 EU국가와 으르렁 거렸던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한다면 이는 EU와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과 관련해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문제 역시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축하전화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터키 국민투표에 대해 부정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전화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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