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이 글로벌 대리전 성격으로 비화되고 있다.
고립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서구적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대선 후보들을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면서부터다.
'개방 vs 반(反) 이민', '세계화와 반유럽연합(EU)'로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인 프랑스 대선 이 이런 양상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도신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과 전화통화하며 힘을 실어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마크롱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크롱의 공통점으로 "젊고, 잘생겼으며, 역동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통화사실이 공식 지지 선언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친(親)EU 등 세계화 기조에서 생각을 같이하는 마크롱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들은 배제하고 직접 덕담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마크롱은 다른 정당 후보들과 달리 EU 체제의 지지·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프랑스에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 대선후보로 추대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했던 중도 혹은 일부 좌파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포린폴리시는 개방적인 이민정책과 EU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을 동일선상에 놓아 비교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 서구적 민주주의 질서 강화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오바마-마크롱의 통화 소식 직후, 현재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AP통신 인터뷰에서 르펜 지지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다. 르펜은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등 반이민·반세계화를 주장하며 강력한 '트럼피즘'의 옹호자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르펜이 국경 문제와 현재 프랑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장 강경하다"며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과 국경 문제에 가장 엄격한 사람이 선거에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람이 누가 이길지 예측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르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개표 결과 누가 결선투표에 진출하고, 최종 당선될지 미지수지만 오바마와 트럼프의 '대리전'은 프랑스 대선 결과가 향후 세계경제와 안보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론조사 금지시한 직전인 21일 오독사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24.5%로 선두를 달리며, 23% 지지를 받은 르펜을 근소하게 앞섰다.
프랑스 대선은 22일 파리 북역에서 흉기로 경찰관을 공격하려 한 남성이 체포되는 등 막판까지 혼란을 거듭했다. 프랑스 경찰 관계자 이날 파리 북역에서 한 남성이 칼을 들고 경찰관들에게 달려들었다 즉각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파리 샹젤리제 경찰관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만에 발생했다. 지난 20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프랑스 국적의 카림 셔르피가 경찰관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과 극좌정당인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후보가 급부상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프랑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 등 선제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해 프랑스 은행권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23일 프랑스 전역 6만6546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7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대도시의 투표소는 오후 8시까지 문을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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