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현재의 대북제재는 20~25%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3일(현지시간) 국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의 행동이 추가 제재를 요구한다면 언제든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이를 잘 고려해서 다른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 대북제재가 안 통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북한에 대한 석유금수 조치를 추진하는 등 더 강력한 압박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이 이날 언급한 '다른 결론'은 한반도 비핵화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정권을 교체하거나, 체재를 붕괴시키거나, 통일을 가속화하거나, 북한을 공격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오직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에서 마련한 대북제재 방안이 아주 엄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의 무관심 또는 소극적 자세로 인해 제재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만약 대북제재에 신경쓰지 않거나 북한에 협조하는 기업과 개인을 방치하는 경우 미국이 직접 제3국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의 거론한 '제3국 제재'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여전히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안정 유지를 확고히 견지한다"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당부는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포함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중국의 북핵해법 구상인 이른바 '쌍궤병행'을 지지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레이몬드 토마스 미국 통합특수전사령관은 이날 연방의회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시설을 타격해 무력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섣부른 도발에 나설 것에 대비해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세계 80여개국에 8000여명의 특수작전 요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핵무기와 이동식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운송체계를 찾아내 파괴하고 이같은 무기가 국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
토마스 사령관은 특히 미국에 대한 5대 위협으로 북한과 테러리즘, 러시아, 이란, 중국을 지목하고 "북한의 위협이 과거에는 국지적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를 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갈수록 난폭해지는 북핵 위협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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