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숙원인 개헌을 통해 2020년부터 새 헌법을 시행하겠다며 독단적으로 나서는 것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논의가 파행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중의원에서 11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헌법심사회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심사회에서는 '국가와 지방이 존재하는 법'을 주제로 헌법 개정 문제를 두고 각 정당의 입장을 밝히고 자유발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지난 8일 아베 총리가 예산위원회에서 보인 태도를 문제삼으며 심사회 개최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야당 의원이 개헌에 관해 묻자 "자민당 총재로서의 생각은 상당히 자세하게 요미우리신문에 적혀 있으니 꼭 숙독해주길 바란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야당은 "국회를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숙독' 발언으로 예산위원장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야당은 아베 총리가 독자적인 개헌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야당 측에 구체적인 의견을 제안하라는 식의 논의 태도가 관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심사회를 거부했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은 참의원 헌법심사회 주제를 두고도 자민당과 대립하면서 중·참의원 모두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야당의 참여가 절실한 자민당 측은 이날 간사 간담회를 열어 아베 총리의 발언 의도를 해명하면서 야당의 이해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도 '야당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은 이날 열린 중의원 운영위원회 이사회에서 "(아베 총리는) 당시 총리 자격으로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것으로 자민당 총재로서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 우회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며 "국회를 경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회 밖에서도 아베 총리의 개헌 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규정을 추가하는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력 비보유'를 명시한 9조 2항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니치신문도 헌법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려는 아베 총리의 개헌 방향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도쿄올림픽에 맞춰 개헌하려는 것이 올림픽의 정치적 이용을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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