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전례 없이 격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했다. 이에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을 위협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휴가 중인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단도진입적으로 말하자면 힘(power)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국방정보국(DIA)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이날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함으로써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위협할 수 있는 퍼즐의 절반을 풀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나머지 절반의 퍼즐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을 남겨놓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주말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든 옵션을 갖고 있다.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직후인 9일 오전 7시 미국의 예방전쟁에 전면전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군사거점인 괌에 대한 포위사격작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전략군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앤더슨 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군 대변인 성명은 "괌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되어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우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미국의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지난 8일 한국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이들 B-1B 편대는 동해 상공으로 들어와 내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행하고 괌으로 복귀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