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가 중국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논문 300편 이상을 삭제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학술지의 편집인 팀 프링글은 최근 편집위원회에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로 차이나 쿼터리의 중국사이트(중국계간)에서 300편 이상의 논문과 서평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논문은 톈안먼 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대혁명, 대만, 홍콩 등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의제를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1960년대 작성된 유명 논문들도 삭제됐다. 프링글 편집인은 "중국 당국의 명령을 거부하면 차이나 쿼터리의 중국어 사이트가 통째로 폐쇄될 위기였다"며 "해당 논문들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이나 쿼터리는 영국 런던대 주관으로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CUP)가 1960년부터 출간해 온 계간지(季刊誌)다. 근현대 중국과 대만의 인류학, 문학, 예술, 경제, 지리, 역사, 정치사회 등을 다루는 정통 학술지로 해외 학계에 정평이 나 있다. CUP는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은 CUP에 1000여권에 달하는 전자책도 삭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를 두고 19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에 이어 학술지까지 사상 통제에 나선 것이라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진시황이 학자들의 비판을 금지하기 위해 사상서적을 불태웠던 '분서갱유'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차이나 쿼터리는 성명을 통해 "학문의 자유 제한은 중국 사회의 공공 참여와 토론을 위축시키는 정책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삭제된 논문은 중국 공산당의 공식 역사 해석과 다른 관점을 제시한 글들이다. 프링글 편집인은 "1989년 톈안먼 사태와 문화대혁명, 1959년부터 1961년의 대기근 등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재평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삭제된 논문에는 새로운 역사 연구가 대거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이 학문의 자유 영역까지 손을 뻗쳐 학술 검열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 학자들의 연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염려했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걱정해 국제학술지에 올려진 자신의 논문을 비공개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열은 시진핑 집권이후 중국 대학가에서 이념적 통제가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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