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내 목에 입김 불었던 트럼프, 소름 돋아"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다음달 12일 출간하는 자서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쾌한 기억'을 회상했다.
힐러리의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 Happened)'는 대선 캠페인 기간 일어났던 일을 회고한 비망록이다. 힐러리는 23일(현지시간) MSNBC 등 언론과 트위터를 통해 자서전 일부를 공개하며 출간 일정을 알렸다.
자서전 내용 일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대선후보 TV토론 때 벌였던 행각을 묘사한 부분이다.
힐러리는 자서전에서 "(트럼프는) 내가 어디로 걸어가든 그는 나를 바짝 따라와 뚫어져라 응시하며 얼굴을 마주댔다"며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불편했다"고 밝혔다.
힐러리는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소름이 돋았다(skin crawled)"고 덧붙였다.
힐러리가 특히 불쾌함을 느꼈던 이유는 대선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음담패설 녹취록'이 밝혀진 직후의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여러분이라면 평정을 유지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아니면 돌아서서 트럼프의 눈을 보며 '물러서 이 자식아(back up, you creep). 나에게서 떨어져. 당신이 여성들을 겁주기 좋아하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안 통할 걸'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힐러리는 또 "나는 옵션A를 선택했다. 나를 날려버리려는 어려운 남자를 생애 처음으로 다루면서 냉정함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마이크를 정말 세게 잡아야만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옵션B를 선택해야 할지도 생각했다. 그게 확실히 TV토론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며 "아마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걸 지나치게 많이 배웠나보다"고 후회하는 심경도 드러냈다.
대선에 대해선 "후보 시절 나는 매일 수백만 명이 나를 믿고 기대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러나 나는 그들을 실망하게 했고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내가 여생에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