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아궁 화산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화산 분출이 우려돼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현재까지 3만5000명이 넘는 주민이 아궁 화산 주변의 위험지역을 벗어나 임시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BNPB에 따르면 현재 임시 대피소에 몸을 피한 인파는 애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대피소뿐 아니라 친지와 친척 집으로 대피한 주민도 다수로 예측돼 실제 대피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대피하는 주민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궁 화산이 위치한 발리 카랑아셈 리젠시에는 40만8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이중 대피구역 내에 사는 주민은 약 24만명으로 현재 대피인구보다 훨씬 큰 숫자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지난 22일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단계로 높였다. 또 분화구 반경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9.0∼12.0㎞로 확대했다. '위험' 단계는 언제든 분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상태다.
아궁 화산 관측소 당국자는 "24일 0시부터 12시 사이에만 543건의 화산지진이 관측됐으며, 이 중 3건은 진도 4의 비교적 강한 지진이었다"며 "이는 화산 내부의 에너지가 커지면서 마그마를 덮고 있는 지각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화산 공포'가 커지면서 이와 관련한 유언비어들도 퍼지고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선 발리에서 분화가 수 시간 내에 시작될 것이란 괴소문이 떠돌며 화산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겼다. 이에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세계의 어떤 화산 전문가도 분화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24일 배포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당국자들도 이번 사태가 발리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아궁 화산은 발리섬의 중심도시인 덴파사르와는 약 45㎞,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과는 약 58㎞ 떨어져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남부 쿠타 지역과의 거리는 60㎞ 이상 멀리 있다.
수토포 대변인은 "발리 관광은 안전하다. 발리가 아궁 화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뉴스를 퍼뜨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호주와 싱가포르는 자국민에게 아궁 화산에 접근하지 말 것을 권하는 여행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또한 "동포와 여행객은 아궁 화산 주변으로 절대 이동하지 말라"며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가급적 위험이 사라진 이후로 여행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의 당부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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