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최초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급부상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로 사우디의 여권 신장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는 26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칙령을 통해 여성 운전 허용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30일 이내에 실행 방안을 제시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6월까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한 나라로, 이는 사우디의 후진적인 여성 인권 실태를 상징하는 대표 방침 중 하나다.
사우디에는 사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화된 법이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를 막아왔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차로 외출을 하려면 남성 보호자나 고용된 기사가 운전을 대신 해야만 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엄격하게 해석해 집행하는 국가로, 종교 원로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여성의 운전을 반대해왔다. 일부는 여성의 운전은 단순히 "부적절"하다며 반대했고 다른 일부는 여성이 운전을 하면 부부와 가족의 가치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한 성직자는 심지어 여성이 운전을 하면 난소가 파괴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저항의 의미로 운전 시위를 벌인 여성들은 투옥되거나 이유없는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1990년 사우디에서 거의 처음으로 운전 시위를 했던 47명의 여성들은 해고는 물론 출국 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최근에도 남성의 옷을 입고 운전하다 체포된 여성 운전자가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 내 인권단체들과 운동가들은 여성 운전 금지 철폐 캠페인을 계속해서 벌여왔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해 사우디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은 운전 금지 때문에 직장, 학업 등 사회활동이 제약됐고 운전기사 고용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CNN은 "여성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는 이번 움직임이 사우디 경제와 여성 인력 운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빈 살만 왕세자로 시작된 개혁 움직임이 이번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사우디 실세로 떠오른 그는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기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사우디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연장 선상으로 최근 사우디 여성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건국 기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 칼리드 빈살만 왕자도 개혁 움직임에 동참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이날 칙령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지도부도 사우디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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