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주류 인사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오른팔이자 '대안우파(alt-right)'의 상징적 인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공화당 주류를 내쫓고 2020년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내놨다.
CNN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24일(현지시간) 2018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상원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나는 더 이상 공모하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의 질적 저하를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이어 "무모하고 터무니없고 품위 없는 행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행동들이 우리 행정부 수뇌부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탓에 내년 말 정계은퇴를 선언한 코커 위원장은 부통령 후보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대북 강경론 등에 반발해 이제는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주류 사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배넌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이목을 끌었다. 정통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떠나는 것은 그의 극우정책 때문인데,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는 극우노선의 설계자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브렌트 부도스키는 칼럼에서 배넌이 전국을 돌며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정통 공화당 인사들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을 놓고 "배넌의 행보가 대선후보와 진배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배넌이 공화당에 대한 적대적 합병을 기획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자격을 거머쥔 것처럼 공화당을 접수한 후 2020년 또는 2024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배넌은 지난 8월 백악관을 떠난 후 내년 의회선거 공화당 예비경선에 자신이 지지하는 극우파 후보를 심기 위한 대대적 캠페인을 펼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원의원 보궐선거의 공화당 경선에서 배넌이 지지한 로이 무어 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이 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꺾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난한 사례를 하나씩 열거하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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