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결정을 백지화하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반발이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예상대로 거부권(veto)을 행사했다.
안보리는 1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예루살렘 결의안'을 논의했다. 이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지위 변화를 꾀하는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효력이 없으며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상임 이사국인 이집트가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고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지만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의 안보리 거부권 행사는 6년여 만의 처음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중·러·프·영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해야 한다.
비록 결의안이 무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을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의 결정은 중동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 미국의 주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안보리가 거부권 행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이스라엘은 즉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7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려 결의안 부결을 환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나가 다수를 이길 수 있고 진실은 거짓을 물리친다"면서 "고마워요 트럼프 대통령, 니키 헤일리"라고 인사를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동영상에서 "헤일리 대사는 진실의 촛불을 들어 어둠을 물리쳤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 비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수반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거부권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를 무시해 안정을 위협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을 더 이상 중동의 중재자로 받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엔 비상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터키 외무부도 유엔 안보리 표결 직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가 무력화되는걸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객관성을 잃었다는걸 또다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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