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으로 인도 루피화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이란 제재를 위해 동맹국에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란 원유수입 비중이 높은 인도 경제의 타격이 염려된다.
27일 루피화 환율은 전장 대비 0.79% 오른 68.915루피를 기록해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전 루피화 최저치 기록은 지난 2016년 11월23일의 68.7995루피다. 루피화 가치는 다음날인 28일 인도중앙은행(RBI)이 달러화 매도 등 개입에 나서면서 루피화 환율이 0.16% 떨어졌지만 여전히 달러당 68루피를 상회했다. 달러당 루피화 환율은 지난 25일 68루피를 넘어선 후 내려오지 않고 있다. 루피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통화 가치가 내렸다는 의미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트레이더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RBI가 69.09루피의 환율로 은행에 달러화를 매도했다고 전했다. 향후 며칠 동안 발생할 수도 있는 루피화 가치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달러화 매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이들은 예상했다.
루피화 가치 폭락은 최근 글로벌 무역 갈등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HDFC뱅크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루피화 약세를 주도했다"며 "이머징마켓의 자본 유출과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 불안 등의 요인이 단기적으로 루피화 가치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에 따른 경상적자 확대도 루피화 가치 급락을 초래했다. 인도는 전체 에너지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변동에 취약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등 에너지의 수입가격이 올라 경상수지적자 폭이 확대된다. 지난 1분기 인도의 경상수지적자는 130억달러로 GDP 대비 1.9%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인도의 경상적자는 GDP대비 0.4%에 불과했다.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인도 경상수지는 GDP의 0.4%만큼 악화된다. 더시얀트 파드마나반 노무라홀딩스 통화전략가는 칼리즈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신흥 통화 중 특히 루피화가 유가 상승에 타격을 받았다"며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도는 더욱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루피화 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인도의 높은 경제 성장 흐름이 꺽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무역 전쟁 위협으로 달러 강세 흐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모든 아시아 국가 통화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며 "인도는 미국과 양자 무역 비중이 다른 나라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무역 문제에서는 고립된 편이지만, 고유가에 더욱 노출되어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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