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의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종교인들의 군면제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재판소가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군면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이들도 군복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익집단을 형성한 초정통파 유대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헌재 위헌 판결 후 1년이 되는 시점인 오는 9월까지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징집 방안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애서는 전국민이 병역 의무를 지며 남자는 3년, 여성은 2년을 복무해야 한다.
이른바 '하레디'로 불리는 이들은 유법 공부를 평생 업으로 삼는 초정통파 유대인 집단이다. 대부분이 자발적 실업상태를 유지하며 경전을 공부하는데, 정부가 연금을 통해 이들의 생활비용을 부담한다. 28세까지 율법공부를 계속하면 이스라엘 국민이 대부분이 치러야 하는 병역을 면제받는다.
하레디의 병역특혜가 불거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48년 건국 당시 소수민족이었던 이들의 생활양식을 용인하는 정부의 방침은 반감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 이들의 인구가 불어나 이익집단을 형성하자 특혜 논란이 촉발됐다. 현재 하레디는 이스라엘 총 인구의 10%인 880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두개의 초정통파 정당이 연립파트너로서 네타냐후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헌재의 방침에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여호수아 페퍼라는 이름의 랍비는 FT에 "우리는 면제 심사를 받기 위해 군대 시설에 가는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랍비는 "똑바로 말하건데 우리는 군대 의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군에 면제되는 동안 기도와 신학공부로 국가에 봉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구의 급증으로 3분의 1이 징집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현재 4세 이하의 어린이중 29%가 향후 군복무 의무를 지게 된다. 이스라엘 인구는 줄어드는데 피임을 죄악시하는 하레디 인구가 폭증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향후 군
요하난 플레즈너라는 국회의원은 "이스라엘에서는 곧 징집대상이 되는 젊은이의 30%가 군복무를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이스라엘 군의 전력을 약화하고 도덕적해이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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