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인니 여성, 말레이 검찰 기소 취하로 석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이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석방됐습니다.

오늘(1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담당해 온 이스칸다르 아흐맛 검사는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에 대한 살인 혐의 기소를 취하했습니다.

시티의 변호를 맡아 온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사건이 종결된 만큼 즉각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이날 오전 시티를 석방했습니다.

시티는 법원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면서 기자들에게 "놀랐고 정말 행복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루스디 키라나 현지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티는 현지 인도네시아 대사관으로 이동했다가 곧 귀국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말레이시아 검찰과 재판부는 기소 취하와 석방 결정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서 시티는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과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흐엉과 시티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느낌의 물질을 얼굴에 바른 뒤 카메라로 반응을 찍어 방송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라는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며 독극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샤알람 고등법원 재판부도 작년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살해하기 위한 '조직적으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며 자기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던 만큼, 검찰의 기소 취하 결정은 상당히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현지에선 흐엉 역시 기소가 취하돼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습니다.

한편, 시티와 흐엉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습니다.

북한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이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평양의 주북한 말레이 대사관을 다시 운영하는 등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