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압박을 이어오던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긍정적 반응을 공개하는 등 잇달아 유화 신호를 보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오늘(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며 김 위원장의 '만족한' 반응을 전했습니다.
친서를 읽은 김 위원장은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친서를 읽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근까지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하며 대미 대치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시정연설에서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상당히 무게감 있게 보도하고 김 위원장의 우호적 반응도 공개한 것은 협상 교착 상태가 풀려간다는 신호를 최고지도자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친서의 내용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실상 정세 전환의 기점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그동안 주민들에게 미국의 셈법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미국의 변화로 의미를 부여하고 회담 재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인 올해 1월에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회담 대표단이 방미 후 귀국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보도했지만, 북미 간의 분위기가 오히려 좋았던 시점임에도 노동신문에 이를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과 협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주목할 내용은 북중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바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친서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기지는 않으니 구체적인 협상안 관련 내용은 아닐 것"이라면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셈법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