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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캐러밴(미국 망명을 원하는 중미 세 나라 출신 이주민 무리)` 망명을 사실상 차단하는 행정규칙을 발표해 논란을 샀다. [사진 = AFP·BBC] |
'제3국 이민규칙'은 멕시코 접경지인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망명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캐러밴 유입을 막겠다는 뜻이다. 캐러밴은 과테말라 북부·멕시코 남부 접경지, 멕시코 북부·미국 남부 접경지를 차례로 거쳐서 미국으로 향한다.
이번 규칙은 기본적으로 멕시코가 '안전한 제3국(STC)'으로서 중미 세 나라(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출신 캐러밴을 수용해야한다는 암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STC은 긍정적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제3국'의 주권 침해 소지가 크다. 미국 망명을 원하는 외국인이 제3국에서 망명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을 때까지 제3국에서 머문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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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에 관세 부과 압박 후, 지난 달 7일 관세·이주민 협상이 이뤄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멕시코와 `안전한 제3국` 합의를 의미하는 듯한 트위터를 올려 멕시코 반발을 샀다. 당시 멕시코 외무부는 이를 부정했지만 지난 15일 미국 `제3국 이주규칙`발표 후 말을 바꿔 또다시 논란을 샀... |
'관세 부과'를 들어 멕시코를 위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7일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이주민 협상' 후 "중요한 이면 합의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이면 합의가 'STC 협정'인지 여부를 두고 멕시코 내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협상을 했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무부 장관은 이를 부정했다.
이런 가운데 '제3국 이민규칙'이 발표된 15일 멕시코 내에서는 대통령 집권당까지 반발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같은 정당 소속인 포르피리오 무뇨즈 레도(MORENA·국가재건당) 연방의회 의장은 "지난 달 외무부가 의회에서 미국과 절대 STC 협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협정이 미국 규칙 발표로 인해 사실상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 됐다"면서 비난에 나섰다. 이날 미국 규칙 발표와 더불어 에브라르드 장관이 "STC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며, 16일 의회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미국 정부와 관련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멕시코가 STC 협정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지난달 7일 미국과 관세·이주민 협상 당시 미국은 "45일 뒤에 멕시코가 미국 접경지를 통한 캐러밴 수 줄이기 이민 정책을 효과적으로 했는지 여부에 따라 관세 부과 논의를 다시 할 것"이라면서 관세 압박을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캐러밴 이주는 중미3국 부정부패와 정치 불안, 빈곤, 마약 밀매·폭력 탓이기 때문에 멕시코 정부가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길은 없다.
STC는 과테말라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14일 과테말라 헌법재판소는 미국과 과테말라 정부가 사실상 최종합의를 끝낸 '안전한 제3국 협정'에 대해 행정집행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국내 전직 외교관·정치인들이 STC 반대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15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정에 서명하려던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이때문에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미 원조를 일시 중단하면서, 중미에서 가장 미국 원조를 많이 받는 과테말라를 상대로 STC를 요구해왔다.
한편 미국 정부가 '제3국 이민규칙'를 발표하자 비판이 이어졌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이번 조치는 캐러밴이 나라를 탈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한 인권 무시 처사"라고 비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15일 "이번 규칙은 난민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에 도착하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법을 명백히 위반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인구·난민국에서 근무한 수잔 프레츠케 이주민연구소 연구위원은 포브스 인터뷰를 통해 "STC는 현실에서 미국·캐나다(2004년), 유럽연합(EU)·터키 간 맺은 협정(2016년) 정도로만 존재한다"면서 "EU와 터키 간 협정에도 불구하고 유럽 망명 신청자가 넘쳐난다는 점에서 STC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케빈 매컬리넌 DHS 장관대행은 '제3국 이민 규칙' 공동성명에서 "의회가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임시 행정규칙을 통해 미국 이민을 줄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도 "미국은 관대한 나라이지만, 남부 국경의 수십만 명 외국인을 억류하고 처리하는 부담 때문에 완전히 압도당했다"며 "이 규칙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망명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 쇼핑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는데 있어 여러 국가 혹은 주 정부 소재 법원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바 장관 언급은 앞서 지난해 11월 온두라스 출신 캐러밴 중 12명이 트럼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미국 정부가 이민자의 난민 신청권을 침해했다"면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캐러밴 망명 신청은 미국의 '임시보호지위(TPS·Temporary Protected Status)'제도와 관련깊다. TPS는 캐러밴(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3국 출신 이주민 무리)이 망명신청을 위해 접경지로 몰리는 제도적 기반이다.
미국 난민법에 따르면 연방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에게 일정기간 TPS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TPS는 이주민들이 자연재해나 정치적 분쟁으로 불안정해진 본국으로 추방되는 비인간적인 사태를 막는 차원에서 1990년 허버트 W. 부시 정부가 도입했다.
다만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민주·공화당 연방 의원들과 TPS를 논하던 중 "왜 거지소굴(shithole)같은 나라 사람들을 받아줘야 하느냐"면서 TPS기간을 갱신해주지 않고 2020년까지만 유지하다가 끝낼 것이라고 선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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