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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현지시간) 저녁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만찬에 앞서 셔츠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출처 = 브라질G1] |
이날 대통령이 머무를 베이징 호텔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공산주의 국가의 수장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게 될텐데 별 문제 없나?"라고 묻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뜸 "나는 자본주의 나라에 와있다"고 답한 것이 세간에 회자됐다고 EFE통신이 이날 전했다. 기자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대통령이 스스로 '반공(反共) '을 외치면서 브라질 최대 무역국이자 투자국인 중국을 향해 공산주의 국가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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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국) 정상회의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시 주석은 신경전을 벌이면서 만남을 취소한 전력이 있다.[사진 출처 = 블룸버그] |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4일 만리장성을 돌아본 후 25일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과 만난 후 저녁에는 시 주석과 만찬 겸 정상 회동 시간을 가진다.
중국을 찾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우선 내놓은 선물은 '중국인 비자면제'다. 24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하는데 이념은 중요치 않다"면서 "관광업 발전과 중국과의 무역 교류 확대를 위해 중국인들에게 관광·비즈니스 입국비자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이 지나치게 중국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해 '친미(親美)'노선으로 균형잡기를 시도해왔다. 그는 일찌감치 지난해 대선 선거 운동 때부터 "중국은 브라질에서 구매를 하는 게 아니라 브라질 자체를 사들이려 한다"고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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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현지시간) 저녁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브라질 G1] |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눈길을 끌만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미·중 무역 전쟁 분위기 속에 중국의 브라질 농·축산물 수입 확대, 또 하나는 브라질의 중국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수용 여부다. 마지막으로는 해외 투자와 관련해 시 주석이 원하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브라질이 참여할 지 여부에 관한 물밑 논의다.
우선 중국 업체 화웨이 등을 둘러싸고 미·중이 무역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콩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남미 농산물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산 콩 수입을 늘리며 수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중국 최대 국영 농식품 회사인 코프코(Cofco)는 앞으로 5년 동안 브라질 콩을 최대 25%추가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로서는 반길 법한 일이지만, '친미(親美)'노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미국이 '5G 구축 사업 때 중국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는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브라질로서는 미·중 양쪽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무부 장관에 따르면 브라질은 조만간 5G 사업 협력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등극했다. 브라질 수출의 40%가 중국에 대한 수출이다. 지난해 두 나라간 무역 규모는 989억 달러(미국 달러 기준)에 달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1~9월 새 이미 무역 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한 상태라고 EFE통신이 전했다. 올해 1~9월만 놓고 보면 브라질의 수출 1위 국가는 중국(27.6%)으로, 미국(13%)보다도 중국의 비중이 많다.
가장 눈길을 끌만 한 부분은 '브라질의 일대일로 참여 여부'다. 시 주석은 11월 13∼14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제11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폴랴 지 상파울루 등 브라질 현지 언론은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확산을 위해 중남미에 눈돌린 후 2018년 말 칠레에 이어 올해에는 브라질이 공략 대상이라고 보도해왔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 투자를 늘려온 상황이다.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은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은 브라질에 710억 달러를 투자해왔는데 이는 같은 기간 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브라질에 투자한 돈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브라질 광업에너지부는 조만간 300억 달러(약 36조 원)를 들여 2050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방침인데, 잠시 건설 공사가 멈췄던 앙그라 원전3호 시공 입찰에는 한국·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이 관심을 가졌고 최근 중국·프랑스·러시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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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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