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명의 구의원을 뽑는 홍콩 선거가 전례 없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홍콩의 도심 지역인 센트럴과 카오룽에서부터 중국 본토와 가까운 신계(新界)의 외곽 지역 위엔룽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렸습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기다릴 정도로 줄이 길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 현재 152만명이 투표해 이미 2015년 구의원 선거 때의 전체 투표자 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홍콩 시민 700여만 중 등록 투표권자는 413만여명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2015년의 47%를 크게 웃돌 것이 확실시됩니다.
홍콩의 올해 구의원 선거 열기가 이처럼 뜨거운 것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풀뿌리 지방의원 선출이 아니라 향후 홍콩 정국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이번 구의원 선거는 지난 6월 이후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반년째 이어져 온 가운데 홍콩인들의 민심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콩 사회가 친중과 반중 진영으로 쪼개져 극한 대립을 이어온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균형추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투표는 그간 시위대의 분노가 집중됐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현 특별행정구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의 성격을 강하게 띱니다.
홍콩의 야권 세력은 6개월간 이어진 민주화 요구 시위의 바람을 타고 선거 압승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고 반정부 투쟁의 동력을 이어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SCMP에 "(선거는)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에 우리의 선택을 말하고, 캐리 람은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야권이 과반 의석 달성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적 대의 측면에서는 민주주의 확대와 경찰의 지나친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야권이 도덕적 우위의 고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장기화하는 홍콩의 혼란은 '일반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 역시 현실입니다.
현재 홍콩 전역의 구의회를 장악한 친중파 진영은 최근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이날 투표를 통해 표출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는 초기에는 최대 수백만 명까지 참여해 평화적인 모습으로 진행되면서 폭넓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서 시위대 역시 상점 파괴와 도로 교통 마비 등 폭력을 행사하면서 온건·중도층의 참여가 줄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로 도시의 상업·교통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홍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
이처럼 복잡해진 홍콩의 현실에서 시민들의 '본심'은 최종적으로 투표함을 모두 열어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는 오늘 밤 10시 30분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내일 아침 무렵에나 확인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