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한 리비아의 국가원수가 무려 90분 동안이나 연설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참다못한 청중들은 자거나 아예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전통 의상을 입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느릿느릿 걸어나옵니다.
연설이 시작되자 유엔 상임이사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집니다.
▶ 인터뷰 : 무아마르 카다피 / 리비아 국가원수
- "유엔이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할 수 있다는 얘기는 헌장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부렸던 서방 세계에 막대한 보상금도 요청했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주먹으로 연단을 치는가 하면, 턱을 괴기도 하고, 심지어 책을 던집니다.
아프리카계인 오바마에겐 너그러웠습니다.
▶ 인터뷰 : 무아마르 카다피 / 리비아 국가원수
- "아프리카의 아들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카다피의 연설은 규정 시간 15분을 훌쩍 넘긴 96분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통역사가 지쳐 중간에 바뀌고, 청중의 절반이 떠났습니다.
그나마 남은 사람도 졸았습니다.
카다피는 40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입니다.
미국 측의 참석자들은 카다피가 연설을 하기 전에 자리를 떴습니다.
뉴욕에서 숙소를 잡지 못해 애를 먹은 카다피는 맨해튼 인근에 가까스로 천막을 쳤습니다.
베두인족은 전통적으로 외국을 방문하면 천막을 치고 생활합니다.
MBN뉴스 오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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