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같은 지진을 온몸으로 맞은 아이티는 절망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구조작업이 조금씩 시작됐지만, 태산같이 쌓인 잿더미 앞에서 한숨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오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이젠 눈물도 말랐습니다.
폭삭 내려앉은 집처럼 희망도 푹 꺼졌습니다.
갈라진 땅은 모든 걸 집어삼켰습니다.
공포와 원망까지도 다 가져갔습니다.
카리브 해에 있는 인구 9백만의 아이티에선 이제 신음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마을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상자와 천으로 대충 덮어둔 시신은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난민들은 몸 하나 가눌 데 없고,
표정은 망연합니다.
하루 만에 부쩍 성숙해 버린 아이들은 피 따위가 겁나지 않습니다.
집을 잃은 대통령도 이재민입니다.
▶ 인터뷰 : 르네 프레발 / 아이티 대통령
- "대통령 궁에 갈 수 없어요. 무너졌거든요. (오늘 밤 어디서 주무실 겁니까?) 모르겠어요."
한발 한발 구조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무너진 건물 잔재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턱없이 모자란 구호물자라도 받으러 그나마 힘이 있는 남자들이 몰렸습니다.
지구 저 반대편에서 우리의 친구들이 절망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습니다.
MBN 뉴스 오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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