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2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갔던 것은 과거 2012년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됐을 때와 이탈리아 불안으로 유럽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던 2013년 상반기였다. 당시와 비교해서 본다면 경기 여건이 그때만큼 나쁘지는 않다. 금리 수준을 보고 당시와 비슷하게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된 지적이다. 경제가 침체되면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금리는 떨어지고, 그 상황이 심해지면 마이너스 값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졌다고 반드시 경제가 침체되는 것은 아니다. 낮은 금리는 오히려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경기 부진과 낮은 물가 외에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국채 공급량과 돈이다. 국가 재정이 건전해지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양은 줄어든다. 국채를 사겠다는 양이 그대로라도 국채 발행량이 줄어들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또 돈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한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경기침체 정도나 위험은 더 낮아졌음에도 금리가 예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위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유럽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개선됐고, 미국도 재정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부터 유럽은 통화 확장 정책을 선언했고, 9월에는 2000억유로가 넘는 자금을 더 풀겠다고 대기 중이다.
국채 가격은 오를 만큼 올랐다. 경제에 더 나쁜 일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국채 가격이 더 오르고, 국채 금리가 더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에 돈이 불어난다면 이미 충분히 비싸진 국채를 추가 매수하기는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위험을 더 지더라도 나은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으로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비싸진 것은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진 것을 반영하는 결과다. 동시에 조금만 경기가 개선돼도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선진국 금리 하락이 갖는 양면성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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